1. Mistake

실수

“내 유일한 실수는 널 믿는 거였구나. 하하…….”

이미 수많은 병사들의 시체로 뒤덮인 평원에 오직 두 사람만이 살아 있었다. 한 사람은 옆구리의 커다란 상처를 안고 흐려져가는 정신을 겨우 붙잡은 채로 칼을 지팡이 삼아 서 있었고 다른 한 명은 그런 사내를 무표정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마로.”

영혼 없는 딱딱한 부름에 쓰러질 듯 말 듯 하던 남자는 고개를 들어 다른 하나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이제 네게 할 말은 없어, 카므. 이 배신자!”

비명처럼 내지른 배신자라는 말에 카므의 표정에 미묘한 변화가 생겼다. 마치 죄책감을 느끼는 듯 어그러진 얼굴로 카므는 조용히 속삭였다.

“난 단지 가장 효율적인 선택을 했을 뿐이야, 마로. 넌 우리 부대에서 가장 똑똑했잖아. 어디가 더 승전 가능성이 높은지 보이지 않아?”

“전쟁은, 효율로 하는 게 아니야!” 마로는 씹어뱉듯 말했다. “우리의 신념과, 그에 부응해 최선을 다해서 적과 맞서는 거다. 넌 신념이라는 것이 가지는 의미도, 무게도 모르는 변절자일 뿐이야.”

그리고 내게 이 전쟁이 무슨 의미를 지니는지 알면서……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마로의 다리에서 힘이 풀렸다. 털썩하고 무릎을 꿇으며 쓰러지는 마로에게 카므는 멈칫하다가 손을 내밀었다. 하지만 이미 모든 것을 포기한 마로는 휴, 한숨을 내뱉으며 붙잡고 있던 정신줄을 놓았다. 이제 정말로, 전장에는 카므 한 사람만이 제정신을 지닌 채 남아 있었다. 최후의 승리자라고도 말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허나 카므는 보통 승리를 뒤따르는 희열과 안도감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

“마로, 대체 왜, 왜 너는 이렇게까지 나를 뒤흔드는 거지?”

카므는 미세하게 숨을 쉬고 있는 마로 옆에 꿇어앉았다. 이제 보니 너무나도 그리웠던 얼굴. 전쟁으로 다져진 굳은 얼굴과 각진 언행은 마로의 여린 속을 잘 대변하지 못했다.

“바보같은, 결국 이리 맥없이 쓰러질 거면서.”

카므는 마로의 갑주를 벗기고 옆구리의 상처를 지혈했다. 딱 보기에도 칼날이 깊게 베고 들어간 자리는 그 누가 보더라도 큰 고통을 불러올 만한 상흔이었다. 카므는 능숙한 솜씨로 상처를 감싼 천을 동여매고 마로를 안아 올렸다. 그는 손목에 차고 있던 붉은 색의 소환 구슬에 대고 본인의 우주선을 불렀다. 꼭 두 명이 타기에 알맞은 크기의 선체는 둘을 싣고 마로 진영의 끝자락까지 날아갔다. 기절한 마로를 내려놓고 카므는 중얼거렸다.

“이제 영원히 작별이야, 마로. 미안하다. 네가 말하는 그 신념을 지킨다는 건 내겐 영원히 이해할 수 없는 난제인 것 같아. 네게 이 전쟁이 가지는 의미도……. 너랑 난 이제 다른 노선을 걸어야 하겠지. 너와 더 이상 같은 싸움터에서 만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네가 다치는 모습 따윈 보고 싶지 않으니까. 카므가 말로 표현하지 않은 일곱 단어는 그의 가슴을 욱신거리게 했다. 뒤돌아 서서 홀로 우주선에 탑승하는 고독한 남자의 눈에서 한 줄기 눈물이 볼을 타고 흐르기 시작했다.

“미안, 그리고 안녕, 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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